나의 이야기
그하루, 아주달았네
내일은갈바람
2012. 3. 30. 23:48
그 여자에게
한창 물오른 애인이 보내준
복숭아 수북수북 담긴 소쿠리가
복숭아가 뭔지도 모르는 마을에 쏟아졌네
사랑은 꼭꼭 숨길 수 없는 것이어서
그여자 이 집 저 집 나풀거리며
복숭아 몇 알씩 골고루 나눠 돌렸네
온 이웃이 복숭아 단물에 흠씬 젖어
그날 하루 여자와 함께 아주 달았네
그여자 나풀거리면서 찬사 받으면서
내년 이맘 때를 성큼 기약하였나보네
내년 이맘 때,성큼 오지 않을 이맘때에
그여자는 빈 소쿠리를 옆에 끼고서
들썩거리며 한없이 흐느껴 울게 된다네
그래서 수상하게 그 하루 달았던 것이네
복숭아가 뭔지도 몰랐었는데.
----한영옥